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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현에게..

여디디아 2005. 2. 21. 15:13
 

사랑하는 세현아!!

창을 열었다.

봄이, 소망가득한 봄이 날마다 깊어가는 모양을 내 눈으로 확인한다는 사실은 즐거운 일이다.

처음 봄이 시작할 때, 파릇한 새싹이 입을 내밀 듯이 언 땅을 뜷고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날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존재의 가벼움을 일깨우듯이 봄바람으로, 봄을  완숙시키는 꽃비로 난분분하게 흩어지더라. 꽃잎의 가벼움이 바람을타고 흩어진 날들 뒤로 연록의 이파리가 나폴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다.

가득히 열어둔 창문으로 봄바람은 살갑게 내 몸과 마음을 어루르고, 하얗고 노란 나비는 바람이 부는 모양대로 또한 춤을 추고 있다. 나비가 춤을 추고 연록의 잎들이 한들거리고, 그 사이사이로 산유화가 피어있고, 꽃들 아래로 고사리가 자라고 더덕이 향을 피우며 살찌우느라 봄 흙의 부드러움을 들썩거리고 있다.

세현아!

그래서 난 이 봄이 못견디게 좋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하심과 언제인지의 재림을 또한 기대도 하며, 소생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뿐이랴! 이 순간에도 간절한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편지를 쓰고있는 엄마의 삶이, 읽을수 있는 너의 건강함이 어찌나 어찌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고등학생이 된 너의 듬직하고 성실한 모습, 곤색의 양복에 흰 와이셔츠가 잘 어울리고, 곤색의 넥타이가 또한 얼마나 멋스럽게 어울려주는지. 아침마다 손으로 빗고 빗으로 빗어넘기는 너의 짧은 머리카락과 구석구석 뒤집듯이 닦아내는 고르고 하얀 치아, 길쭉한 손가락과 싱긋한 웃음, 과묵한 너의 침묵까지도 엄만 얼마나 멋지고 자랑스러운지.ㅡ 인재들만이 모인다는 동화고등학교에 당당하게 입학함으로 엄마의 마음을 우쭐거리게 했고, 많은 학생들중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너의 모습이 얼마나 감사하고 대견한지...

세현아!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중에서 엄마와 자녀의 관계로 만난 것, 엄만 참으로 기뻐.

숱한 아이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너를 내 아들로 맡겨주신 하나님께 어찌 감사하지 않을수 있겠니? 

너도 나처럼 그럴까? 내가 세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기쁘고 감사한 조건이 될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세현아!

이른 아침에 일어나  하루가 휙 지난 다음날 너를 본다는게 참 마음이 아프단다.

네가 집으로 돌아올 때, 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찌나 미안한지.

고달픈 너의 몸을 돌보지 못한채로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엄마의 부족함을 용서하겠니? 아니, 이미 넌 잠에 취한 엄마를 성가시게 하지 않기 위하여 재촉하곤 하지.

사랑하는 세현아!

정말 감사할 이유인 나의 아들 세현아!

네가 건강함으로 난 행복하고, 네가 내곁에 있음으로 난 충분하게 기쁜단거, 넌 알고있니?

우리 세현이가 늘 건강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자라주길 엄마는 간절하게 기도한단다.

고등학교 3년간, 지금처럼 바쁘고 피곤할텐데 건강을 잃지않고 잘 견디어주길 또한 바랜단다.

네가 원하는 교대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기를 엄마는 기도할게.

가끔 힘이들고 어렵더라도 잘 견디고 이기는 자만이 승리할 수 있음을 잊지 않는 멋진 우리 세현이가 되기를 새로운 봄에 간절함으로 소망하며..      2003년 4월 24일  봄날오후에 엄마가, 세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