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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인가?

여디디아 2005. 2. 21. 08:55

어제주일에배후, 중등부 예배를 마치고 도망자처럼 오후예배를 빠트린채 교회를 빠져나왔다.

급한 일이 있어서 사무실로 먼저간 남편을 찾아 평내광고에 들리니 현란한 모양새로 현수막이 제작되고 있고 난로를 켜둔채 남편은 컴퓨터와 현수막을 점검하고 있었다.

어딘가에 쫓기듯이 소파에 드러누워 난로를 끼고, 점퍼를 덮고 잠이 들었다.

일이 끝났다고 깨우길래 일어나니 그새 두어시간을 잤었나보다. 그대로 더 자고싶은 마음을 억누른채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쩐지 기분이 가라앉고 속도 울렁거린다.

어제 현숙이네서 삼겹살을 지나치게 먹은 것일까.

신김치에 계란을 풀고 대파를 송송 썰어넣은 김치부침개가 먹고싶은데 몸을 움직이는건 죽기만치 싫다. 짜증스러워하는 내게 남편이 자기가 거들겠으니 한번해보라고 부추긴다.

귀찮은 몸보다 노릇한 김치부침개가 더욱 간절한 마음에 팔을 걷어부쳤다.

돼지고기를 잘게 썰고 양파를 썰고, 대파 2뿌리를 어슷썰어 커다란 볼에 김치와 함께 버무렸다.

옆에서 설겆이를 하는 남편은 케케묵은 그릇까지 꺼내어 씻게하고....

김치전이 노릇하게 익고 다른 김치전이 익기전에 이미 접시에 담긴 부침개는 오간데가 없다.

현숙이를 불러 한 접시를 보내고 세현이 몫까지 챙겨둠으로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일찌감치 자리에 들어 잠을 잤는데, 아침에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왠일인가.

일어났다 다시 드러눕고, 소파에 몸을 옮겨 다시 드러눕고.. 세현이 아침상을 봐주고 다시 소파에 몸을 누이고..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으로 등교하는 세현이를 밀어내고 다시 소파에 몸을 부렸다.

1분의 여유도 주지않고 출근채비를 하는데 어쩐지 몸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정말 딱 하루만 쉬고싶은 간절함...

핸드백을 들기도 힘들고 도시락을 들기도 힘에겹다.

매인 몸이라는 서글픔이 마흔을 휘딱 넘기는 나를 잠시 서글프게도 한다.

머리꼭대기에서 발끝까지.. 모두가 벙벙하다.

냉장고에 들어박힌 쌍화탕 한병을 데워먹고 출근한 아침.

전신이 몽롱한 상태로 혼미한 아침을 맞이했다.

에고고.

이 하루를 어찌 버텨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