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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자랑 - 주현

여디디아 2005. 2. 19. 10:48

흰 눈이 어쩌자고 저리도 펑펑 쏟아지는가.

펑펑 쏟아진 눈은 또 어쩌라고 쌓이기만 하는 것인가.

집으로 돌아갈 일도 걱정이고 화장실에 가는 일도 걱정이다.

미끄러질까봐, 넘어져서 다칠까봐, 다쳐서 꼼짝없이 드러누울까봐..

드러누음으로 살림살이가 축날까봐,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눈치보일까봐...

날마다 더러운 성질이 더욱 고약할까봐... 에고고..

8개월간의 백화점 주차요원으로 알바를 하던 주현이가 2005년 2월18일자로 마무리하였다.

그동안 늦은 시간까지 잘 참으며 열심히 출근하던 녀석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이제 남은 시간을 푹푹 쉬면서 군생활에 적응하는 마음을 다지는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어젯밤, 중등부 겨울수련회에 참석하고 늦은 시간에 집에오니 주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내 방 TV위에 150,000원이 있는데, 오만원은 엄마가 쓰고, 십만원은 이모줘'.

주현이 방을 열고 TV위를 보았더니 깨끗한 수표 한장과 시퍼런 만원권이 얌전히 놓여있다.

돈을 가지고 남편에게 주현이의 말을 전했다.

순간 우리는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가슴벅찬 감동을 느끼고, 어느새 눈물까지 그렁거렸다.

아직 자기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녀석이다.

혼자서 준경이와 준후를 키우는 이모가 제딴에도 마음에 쓰렸나보다.

준후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엘 입학하는데 교복이라도 해주고 싶더란다.

내가 준후 교복을 해주었다고 하니 그럼 필요한것 사라고 하란다.

남편도 나처럼 감격했나보다.

'짜식이 말이야.'를 연발하며 이젠 주현이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겠다며 마음을 놓는다고 한다.

돈을 버는것도 중요하지만 마땅하게 쓸줄 아는 녀석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스러워 못견뎌한다.

나는 또 어떤가,

정말 자식 농사는 제대로 지었구나 싶어서 흐뭇하기만 하다.

처음 주현이를 낳던 날, 그때 그 기분을 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아들을 낳은 것 같았던 기분,

시부모님도 전혀 두렵지 않았고 누구보다 당당하던 으시댐,

천하를 얻은듯한 차고넘치던 충만함과 충일함...

20년이 지난지금, 주현이가 내놓은 십만원에 다시 그 기분으로 돌아간다.

지난달엔 외할머니 생신이라고 십만원을 드리고, 그전엔 세현이 옷 사입으라고 십만원,

준후입학을 축하하며 십만원...

정말 장하고 대견한 아들이 아닌가.

세상에서 이렇게 마음씀씀이가 어여쁜 아름다운 청년이 어디있을까.

내가 주현이 엄마라는 사실이 좋다. 기쁘다.

이런 착한 아들을 내게로 보내주신 하나님,

당신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