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지 리 산

여디디아 2005. 3. 12. 06:07
 
원문 가져온 곳: [그대곁에 오미희(吳美姬)] 카페  글쓴이: 여디디아  바로 가기
지 리 산 - 중에서

김 지 하(1941~ )


눈쌓인 산을 보면/ 피가 끓는다
푸른 저 대숲을 보면
노여움이 불붙는다
저 대 밑에/ 저 산 밑에
지금도 흐를 붉은 피

지금도 저 벌판/ 저 산맥 굽이굽이
가득히 흘러/ 울부짖는 것이여
깃발이여
타는 눈동자 떠나던 흰옷들의 그 눈부심

한 자루의 녹슨 낫과 울며 껴안던
그 오랜 가난과
돌아오마던 덧없는 약속 남기고
가버린 것들이여
지금도 내 가슴과 울부짖는 것들이여

- 후 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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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하늘을 찌를듯이 높지 않으면서 우묵한,
골마다 파고들던 남도의 아침안개,
쌍계사를 거치고,
화엄사를 끼고도는
차랑거리며 시리던 물,
봄이면 지리산 진달래가 유난히 붉은 이유가
그곳에 묻힌 사람들의 피 탓이라고..
돌아오마던 약속 지키지 못한 넋들의
부르지 못한 노래가 또한 아닐까.
이 가을에
원통한 님들의 어긴 약속 때문에
지리산 단풍은 더할 나위없이 고울테지요?
바라건대,
지리산 벚꽃이나 진달래를 보거든,
빛고운 단풍을 만나거든
지리산 골에 묻힌 약속어긴 이들의
恨맺힌 소리를 들어보시길.....
(진옥이의 한마디!!)